첫째와 장난감

일상 2018. 12. 14. 10:41

첫째가 매월 둘째주에 장애인 예배에 함께 간다. 장애인 예배를 드릴 즈음이 되면 "아빠, 장애인 예배 언제 가요?"하고 묻는다. 장애인 예배를 좋아해서 그렇다기 보다는 예배 끝나고 장난감마트에 가기 때문이다.
요즘 첫째는 예전만큼 장난감을 좋아하지 않는다. 장난감마트에 가도 사고 싶은 것이 없어서 이리저리 고민하다 필요 없는 것을 사기도 한다. 예전에는 베이블레이드면 되었는데 요즘에는 그마저도 시들해졌다.
어제도 예배가 끝나고 장난감마트에 갔다. 첫째는 예배 가기 전부터 재미있겠다고 한층 들떠 있었다. 예배가 끝나고 장난감마트로 가는 길, 신호가 안 걸리고 잘 간다. "오늘은 장난감마트에 빨리 갈 수 있겠는걸?" 이 말을 들은 아이가 너무나도 신나한다.
마트에 도착했지만 역시나 사고 싶은 장난감이 없어 무엇을 살까 고민을 한다. 우리 부부는 장난감마트에 가면 가격대를 정해준다. "오늘은 앞에 1(만원)자 붙은 것만 살 수 있어. 알겠지?" 
아이는 1자 붙은 장난감을 이리저리 둘러본다. 하지만 맘에 드는 것이 없다. 아이의 마음을 사로잡는 것은 6자가 붙은 큰 장난감이다. 며칠 전에 유투브로 봐놓았던 놈으로 갖고 싶다고 몇번 이야기하곤 했다. "6자 붙은 건 안돼. 이건 장애인 예배 6번 갔다 와야해. 오늘 사지 말고 6번 갔다 와서 살래?" 하지만 아이는 계속 사달라고 조른다. 안 된다고 하자 1자 붙은 장난감을 고른다. "너 이거 필요해? 별로 관심 없는 거잖아. 관심도 없는 거 사면 안 돼."
몇 차례 말을 주고 받다가 결국 동생 장난감만 사고 나왔다. 장난감을 사러 가서 사지 않는 건 이번이 처음이다. 첫째가 단단히 마음이 상했다. 결국 집에 들어서자 마자 엄마를 보고 참아 왔던 울음을 터뜨린다. 엄마가 살포시 안아주면서 위로해 보지만 쉬 울음이 그치지 않는다. 하지만 엄마의 품에서 마음을 안정시킨다.
갖고 싶다고 한 장난감을 인터넷으로 구입하여 사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았지만 참았다. 이런식으로 장난감을 사줬다가 아내에게 한 소리 들은 적이 많다. 또 지금 갖고 싶은 장난감을 사줘도 2-3일 갖고 놀다가 쳐박아 놓을 것을 알기에 더 그랬다.
하지만 아내는 잠자기 전에 장난감을 인터넷으로 검색해서 "4만원이면 살 수 있네. 오늘 특가 떴는데 사줄까?"라고 이야기한다. 아이가 마음 아파하는 것이 걸렸나보다. "그래. 내가 결제할게." 그렇게 또 우리는 아이에게 장난감을 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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